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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대화
- 2004년 신년예배와 하례회
- KNCC 2004년 신년예배와 하례회가 새해 첫 행사로 백주년 기념관에서 오늘(1월 2일) 오후 드려졌다.
이날
행사에는 이종성 목사(예장 증경총회장), 김지길 감독, 박형규 목사(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성덕 사령관(구세군 전사령관), 김성재 목사(전문광부 장관), 박경서
박사(인권대사), 이윤구 총재(대한적십자사), 이정식 사장(CBS) 등의 내빈을 포함하여
약 200여명의 교계 지도자들이 참석하였다.
"편지
같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제목의 말씀을 통해 김순권 목사(KNCC 회장)는 "우리
사회는 어디나 웃음과 희망이 없어져 보이는 암울한 상황"이라며, "희망과
기쁨을 전해야 할 그리스도인들로서, 2004년 KNCC는 일어나 등대와 같이 빛을 비추고,
편지와 같이 기쁨을 전하는 존재가 되자"고 힘주어 선포하였다.
백도웅
목사(KNCC 총무)는 "2004년 교회협은 새로워지는 교회, 하나되는 민족이라는
주제로 고통받는 세계를 위한 위로와 치유의 사역을 더욱 힘있게 감당해 가고자 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다수의 민중들이 겪는 생존권에 관심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의
지향을 위해 우리의 뜻을 모아가고자 합니다"라며 인사의 말을 하였다.
아래는
백도웅 총무의 2004년 신년인사 전문이다.
2004년
신년인사
주님의
은총을 기원하며 감사와 희망으로 2004년을 맞이합니다.
전쟁과
전쟁의 소식이 난무하고 암울하게만 느껴졌던 지난해를 생각해 봅니다. 일국의 힘에 기초한 세계화는 전 세계를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밀어 넣고 있음을 지켜보았던
한해였습니다.
그러나
우리 신앙인은 그 속에서도 희망을 보고, 새벽이 옴을 느낍니다. 고난 당하는 민중들의
신음소리가 주님께 상달되는 것을 보고, 그들이 역사의 변혁을 위한 주님의 도구들로
하나하나 세워져 가는 것을 보기 때문입니다.
2004년은
더 많은 고통들이 우리들을 옥죄여 올 것입니다. 노동시장 유연성을 이유로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욱 양산될 것이며 자유무역협정을 확대하여 WTO체제로의 편입이 본격화되어
농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것입니다.
주한미군
기지이전 비용을 둘러싼 갈등극복과 4월 15일 제17대 총선에서 나타날 지역감정선동
등 저급한 선거문화의 극복이 우리의 관심사가 될 것이며 생태, 여성, 이주노동자,
장애인 문제 등 사회 정치적 제반갈등의 해소는 우리 모두가 관심해야 할 새해의
일들입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이 세계를 주님의 집으로 고백합니다. 갈등에 휩싸여 있는 이 세계에서 교회는 위로와
치유를 위한 전초기지여야 합니다. 올해로 교회협은 80주년을 맞이하고, 인권위원회가
30주년을 맞이합니다. 주님의 도구로 사용되어진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무한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2004년 교회협은 “새로워지는 교회 하나 되는 민족”이라는 주제로
고통 받는 세계를 위한 위로와 치유의 사역을 더욱 힘 있게 감당해 가고자 합니다.
세계화 시대에 다수의 민중들이 겪는 생존권에 관심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사회로의
지향을 위해 우리의 뜻을 모아가고자 합니다. ‘한국교회평화인권센타’를 재 확장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인권문제들에 접근해 가고자 합니다. 서울과 지방에서
‘정기세미나’를 개최하여 교회와 사회에 대한 올바른 의식고양 사업들도 진행하고자
합니다. 남북간에는 6·15, 8·15 등의 교류협력 행사들을 통해
화해와 통일의 물꼬를 교회차원에서 더욱 계승, 발전시켜 가고자 합니다. 국제적으로는
한·독교회협의회, 도잔소회의, 한·일장애인선교협의회, 한·일교회협의회
등의 회의를 통해 국제간 연대와 협력의 틀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현재의 한국교회는 심각하게 병들어 있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우리 사회로부터 잃어버린
공신력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세계와 민족의 고통을 외면하고는 교회의 사명을
다한 것이 아닙니다. 주님이 일하시는 역사 현장에 동참함으로 교회의 교회됨을 조금씩
회복해 갑시다.
2004년
이 세계와 우리 민족, 한국교회 위에 주님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2004년
1월 2일
총무
백 도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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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대화
- 2004 KNCC 신년기자간담회
- 교계기자들과의 '2004년 KNCC 신년기자간담회'가 1월 16일 있었다. 일간지 기자들과는 1월 13일 이미 간담회를 가진바 있다.
인사의
말을 통해 백도웅 총무는 "한국교회를 함께 염려하고, 우리 민족에는 희망을
주는 한해가 되도록 노력하자"며 2004년 KNCC 사업의 전체 방향을 한마디로
정리하였다.
또한
"새로워지는 교회를 이야기하려면, 나 자신부터 그리고 KNCC가 먼저 변화해야
할 것"이라고 밝힘으로써, KNCC가 한국교회와 사회의 변혁을 위해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였다.
아래는
기자간담회를 위해 준비된 2004년 KNCC 전체 사업방향을 정리한 자료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04년 신년기자 간담회
Ⅰ.
2004년 주제 : 교회를 새롭게 민족을 하나로
Ⅱ.
교회협 창립 80주년, 인권위원회 창립 30주년 등을 맞이하면서 2004년 KNCC 사업을
몇 개의 영역으로 대별해 본다면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일에 대한 관심입니다.
현재
대형교회를 중심으로한 한국교회 일부의 잘못된 행태들과 일부 목회자들의 일탈된
행태들로 인해 사회로부터 교회의 공신력이 많이 실추된 현실입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교회와 목회자들은 교회 본연의 사명에 충실하고자 노력하고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런
현실을 접하면서 KNCC는 첫째, 월례마당(1월, 10월, 11월)을 통해 한국교회의 "성숙함"과
"교회됨"을 위해 우리자신을 먼저 성찰하고 교회와 함께 공동의 비전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둘째, 현재 논의되고 있는 교회 일치와 연합을 위한 논의를 존중하면서
한국교회의 분열된 모습이 치유되는데 함께 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가
어디까지나 교회가 갖는 국제적 관계나 KNCC가 그동안 추구해온 민족과 함께 하기
위한 일들, 사회정의를 실현하고 사회적 소수와 함께 하는 일들을 도우기 위한 일들이어야
함을 그 기준으로 하면서 소위 지도자 몇 사람들의 시대정신에 거역하는 행사나 민족의
자주와 화해에 역행하는 일들을 위한 단체구성, 혹은 일치논의라면 KNCC는 단호히
거부하고 현재의 회원교단과 함께 우리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것입니다.
계속되는
사업입니다만 가톨릭 교회와 함께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기도회(1월 29일, 인천답동성당)와
신구교신학자들의 대화모임, 신학생들의 교류활동, 에큐메니칼 신학강좌 등은 금년에도
비중있게 진행될 것입니다.
교회와
사회에 관련된 일들입니다.
금년4월
총선을 앞두고 기독교제반단체와 연대하여 3월중 '기독교사회포럼'을 개최하여
변화된 시대속에서 한국교회가 사회문제에 대한 인식 및 참여를 어떻게 확대 심화
시켜나갈 것인가를 논의하게 됩니다. 이 외에도 월례마당을 통해선거문제(3월), 시민사회와의
관계정립문제(4월), 이주여성노동자문제(5월), 사회적약자·소수자문제(10월),
환경· 장애인· 사회복지문제 등에 한국교회의 참여와 관심을
넓히는 일들에 대해 협의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사회의 제반문제들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정리하여 시의적절하게 발표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교회와
민족에 관련된 일입니다.
1982년
평화통일위원회를 결성한 후 80년대 어려웠던 시기에 북한교회와의 만남(86년), 그
후 세계교회의 협력으로 WCC, 미국, 캐나다, 호주, 일본, 독일 등지에서의 만남을
계속해왔고, 1995년 이후 식량지원 등 협력의 일에도 함께 해온 일들이금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금년에는 우선 3월에 독일에서, 10월에 일본에서 국제회의를 통해 남북교회의
만남이 예정되어 있고 한국기독교 북한동포후원연합회를 통한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지원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난해부터는 3·1대회, 6·15, 8·15
대회 등을 통해 남북민간차원의 교류협력에 남북기독교대표단이 함께 참여하는 일도
변화된 일중의 하나입니다.
1988년이후
계속된 일중의 하나로는 8월 15일 예배를 평화통일남북공동기도주일로 지키면서 '공동기도문'으로
함께 기도하는 예배가 금년에도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KCRP(한국종교인평화회의)를 통해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간의 화해와 협력,민족의
공통 과제의 공동수행 등을 위해서도 관심하고자 합니다.
세계교회와
관련된 일입니다.
1월중
일본교회의 이주노동자문제 회의에 한국의 경험과 상황이 함께 논의되는 회의가 개최되며,
2월에는 WCC와 CCA가 서울에서 연합기관에서 일하는 실무자들을 위한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3월에는 독일에서 제9차 한독교회협의회를, 6월에는부산지역 교회대표들이 일본 관동지방의
일제강제징용현장을 돌아 보게되고, 10월에는 한·일교회장애인협의회를 일본
동경에서, 또한 세계교회가 한반도 분단극복문제에 첫 관심을 표했던 도잔소회의
20주년을 맞이하여 일본 동경에서 회의를 갖게 되며, 12월에는 한일 NCC 차원의 교회협의회가
개최되어 일본의 우경화문제, 두 나라 공동의 이주노동자문제, 재일동포처우개선문제,
북·일 수교촉구문제 등을 다루게 됩니다.
또한
가능하다면 아직까지 한국교회가 한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정교회본부를 방문하여
교회간의 관심과 이해를 넓히는 일에도 관심하고자 합니다.
교회협
80주년 행사입니다.
1924년에
창립된 교회협의 창립행사는 11월중에 제53회 총회와 함께 치러지게 되며, 해외교회대표들을
초청하여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위한 교회의 과제를 협의하는 국제회의를 계획하며,
화해와 공존, 평화를 위한 콘서트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또한 80년 역사를 정리하고자
하는데 단순한 역사정리가 아니라 한국기독교가 한국현대화에 어떤 기여를 해왔으며(예
교육, 의료 발전 등)민주화와 통일운동에는 어떤 기여를, 또 부정적인 측면은 어떤
일들이 있으며, 나아가 한국교회가 다종교사회에서 공존과 화해를 위해 어떻게 신앙행태들을
넓혀야 하는가 하는 일들에까지 논의하고 기술하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인권위
30주년 행사입니다.
금년
4월이 인권위원회가 결성된지 30주년이 됩니다. 1974년 유신독재체제에서 그리고
그 후 군사독재 정권의 폭압속에서 한국교회가 그리고 수많은 민주인사들이 교회와
함께 활동해온 일들을 기록하고 향후 변화된 시대속에서 한국교회가 관심해야할 인권문제를
재조명하는 학술대회 등을 갖게 될 것입니다.
2004년
주요사업 일정표 /
교회협
80주년, 인권위 30주년 기념사업 일정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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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대화
- 2004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회 스케치
- 연초 행사로 세계교회가 매년 지켜오고 있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회가 1월 29일 인천 답동 성당에서 드려졌다.
올해는
"내 평화를 너희에게 준다"(요한복음 14장 23~31절)라는 주제로, 한국
그리스도교의 일치와 세계의 평화를 기원하는 기도회가 드려졌다.
강론을
통해, 김상근 목사(KNCC 교회일치위원회 위원장)는 성경은 청중들의 삶과 유리되어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고 전제한 후, 오늘의 본문(사 57:19~21 ; 60:17~22 ; 시편 72:1~8
; 엡 2:13~18 ; 요 14:23~31) 역시, 평화가 깨어진 상황 속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평화'란 무엇인가에 대해 선포한 것임을 전하였다.
바울의
선포는 유대인들의 배타적 차별 의식과 독점 의식의 철폐를 통해 이방인과 나그네들에게
주어지는 평화이며, 이사야서 말씀은 침략이 없고 압제와 고통이 없는 평화이며,
시편 말씀은 올바른 통치와 공정한 판결로 세워지는 평화이고, 복음서 말씀은 그리스도
안에서 죽음까지도 극복할 수 있는 궁극적 평화의 삶에 대한 선포였다고 해석하였다.
따라서
오늘의 세계에 있어서의 평화를 위해서는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교육받은 자와 못
받은 자, 남자와 여자, 종파간, 구교와 신교간, 내국인과 외국인들간의 배타적 차별이
깨어지는 것이며, WTO, FTA, 이라크 침공, 한반도 위협의 양극단 아래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공의와 평화에 대한 희망이 선포되는 것이며, 한국정치 현실 속에서 지도자들이
올바른 통치와 공정한 판결이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전하였다.
또한,
예수님이 가르쳐 주신 궁극적 평화의 삶으로 스스로를 개방하여, 온 세상에 평화가
세워지도록 구교와 신교가 함께 힘을 합쳐나가자고 강조하였다.
이날
기도회에는 최기산 주교(한국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종교간대화 위원장), 백도웅
목사(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정철범 주교(대한성공회 관구장), 이홍렬 목사(한국루터회
총회장) 등의 교계지도자들을 포함하여 약 200여명의 신·구교 신자들이 함께
하였다.
[연
혁]
가톨릭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중 1964년 11월 21일 교회일치에 관한 교령 '일치의 재건'이
반포된 이후로 1966년부터 세계교회협의회(WCC) '신앙과 직제위원회'와 로마교황청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가 공식적으로 기도주간 자료를 함께 준비하기 시작하였고,
1968년부터 그 자료에 기초하여 일치 기도 주간 행사를 지켜오고 있다.
한국에서는
1965년부터 대한성공회와 한국천주교가 서로 방문하여 기도회를 개최하기 시작했으며,
1986년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천주교, 한국정교회, 기독교한국루터교가
함께 주최하는 그리스도인 일치기도주간 합동기도회를 드려왔다.
2002년
12월 16일에는 이 기도회에 참여해온 교단의 대표들이 모여서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운동'을
공식화했으며, 기도회의 명칭을 '일치기도회'로 수정하였다.
1986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설교 : 천주교)
1987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혜화동 성당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88년
대한예수교장로회 연동교회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89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설교 : 천주교)
1990년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성당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91년
천주교 가톨릭교리신학원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92년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서울교회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93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94년
한국기독교회관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95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설교 : 천주교)
1996년
천주교 가톨릭교리신학원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97년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성당 (설교 : 한국정교회)
1998년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1999년
천주교 가톨릭교리신학원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00년
천주교 서울대교구 명동 주교좌성당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01년
기독교대한감리회 정동제일교회 (설교 : 천주교)
2002년
천주교 서강대학교 이냐시오관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2003년
기독교한국루터회 중앙루터교회(설교 : 천주교)
2004년
천주교 답동성당 (설교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순서지
받아보기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성탄메시지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성탄메시지
“주여, 이제는 말씀하신 대로, 이 종은 평안히 눈감게 되었습니다. 주님의 구원을 제 눈으로 보았습니다. 만민에게 베푸신 구원을 보았습니다. 그 구원은 이방인들에게는 주의 길을 밝히는 빛이 되고 주의 백성 이스라엘에게는 영광이 됩니다.”(누가 2, 29~32 공동번역)
처음 성탄절, 그 밤은 칠흑같이 어둡고 고요했지만, 그 고요 속에는 깊은 슬픔과 탄식이 묻혀 있었습니다. 당시 유대 땅은 로마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고 땅과 벗해 사는 사람들은 깊은 삶의 무게에 신음하고 있었습니다. 아기 예수는 그러한 혼란의 적막 속에서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성탄은 모든 이들에게 두루 미치는 복된 소식입니다. 그러나 성탄의 소식에 더욱 깊이 감사하고 즐거워할 사람이 누구입니까? 처음 성탄의 밤처럼 어둠 속에서 탄식하는 사람들, 해방과 자유, 그리고 평화와 안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아니겠습니까?
우리는 구세주의 탄생 소식과 연관된 두 사람을 기억합니다. 시므온과 안나, 두 사람은 모두 노인이었으며, 하나님의 구원을 기다리던 사람이었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이 아니었으면 잊혀질 이들이 위대한 구원의 역사에 동참하게 됨을 봅니다.
성서는 시므온과 안나에 대해 경건한 사람, 기도하는 사람이라 전해 줍니다. 노인이며 과부인 이 두 사람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을 대변합니다. 평범한 그들을 성탄 이야기의 주역으로 만드신 하나님. 그래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하나님의 따듯한 보살핌의 손길을 기다리게 됩니다.
오늘날에도 시므온과 안나와 같은 이들이 얼마나 많이 있습니까? 삶의 질고와 고난이 사람의 숫자만큼 많이 땅 위에 널려 있다면, 하나님의 자비를 기다리는 바람도 그 만큼 많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보낸 한해가 얼마나 숨 가빴는지 기억해 봅시다. 좋은 일들도 많았지만 입에도 담기 싫은 비윤리적 사건들에서 건강한 사회로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 필연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갈등과 이에 동반된 경제적 어려움, 국제사회의 질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강행해야만 했던 일들, 적지 않은 사건들이 우리에게 한숨과 아픔을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모두는 우리 삶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스도의 탄생은 세상을 향해서 베푸시는 하나님의 자비입니다.
인간의 삶에 필연적으로 동반되는 희노애락 속에서 용기 있게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또한 잠시 삶의 용기를 잃고 방황하는 이들에게도 하나님의 자비가 넘쳐 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북녘의 동포들에게, 해외에 있는 우리 동포들에게, 특히 파병으로 인해 전장에 있는 우리의 아들, 딸들에게도 모든 어둠을 깨뜨리신 하나님의 자비가 넘쳐나기를 기원합니다.
이러한 하나님의 자비 안에서 우리는 건강한 사회와 삶을 위해서 약간의 가난도 족히 여길 줄 아는 겸손한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갈등보다는 화해와 대화를 선택하는 평화의 사람들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성탄은 문화의 한 영역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렇기에 자칫 성탄의 참된 의미를 잊을 때도 있습니다. 하나님이 베푸시는 자비, 그 안에서 모든 이들이 평화를 누리는 것, 이러한 본래의 의미를 잊지 않도록 나와 내 주변을 살피고, 우리 모든 공동체가 일상 속에서 평화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성탄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하나님의 자비와 평화로 인사합시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크나큰 기쁨으로 함께 하십니다.
2004년 12월 대림절기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총무 백도웅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신년메시지
- 2005년 신년 메시지
을유년 새해에 하나님의 은총이 그리스도의 평화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에게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한국교회는 선교 120년 역사 속에서 일구어낸 교회의 성장과 발전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지난 30년간의 세월 속에서 성취한 우리 나라의 민주화와 인권증진에 기여한바 또한 귀하게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우리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갈등문제에 교회가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교회 본연의 모습을 상실하고 있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우리는 올해로 광복 60년을 맞게 되었고, 이라크 해방을 주장하며 시작된 전쟁은 3년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갈라진 우리 민족의 진정한 해방은 아직도 요원해 보이고, 이라크 민중들의 고통은 더욱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런 갈등과 증오, 전쟁과 폭력은 우리로 하여금 주님의 빛 가운데 머물게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새해를 맞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새 세상에 대한 소망을 바라면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선교 사명을 다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일에 혼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먼저 지난 세월 익숙했던 갈등을 극복하고 평화의 영성을 회복하여 우리 스스로가 변화되어야 합니다. 그럼으로써 진정 교회가 하나님의 교회다워지고, 타자를 위한 교회로서 세상을 섬기는 교회의 사명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이 일을 위해 교회는 개교회주의와 성장주의에서 하루속히 벗어나 교회 일치와 연합 운동을 통한 사회적 참여와 책임을 다함으로써,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 땅에 실현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2005년에는 특히, 교회가 사회 곳곳에 산재해 있는 갈등과 폭력을 해소해 내고, 남북의 화해와 협력에 기여함으로써 민족의 평화통일에 모퉁이돌이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빈곤과 결핍, 소외와 차별로 고통 당하는 수많은 이들에게 나누어줌으로써 그리스도의 사랑을 구현해야 합니다.
이 일에 한국교회 지도자와 교우들이 최선을 다해 주기 바라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또한 한국교회 협의체로서 혼신을 다하겠습니다.
2005년 1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 장 신 경 하
-
일치·대화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53회 총회(수정)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11월 15일 서울 창천교회에서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주제로 제53회 총회를 개최하고 신임 임원 선임, 2005년도 사업계획안과 예산안 심의, 건의안건으로 상정된 통일위원회 명칭변경의 건, 연합기구 통합논의에 대한 교회협 입장 정리 건 등의 회무를 처리하였다.회무 처리에 앞서서는 개회예배와 함께 야마모토 총무(일본그리스도교협의회)와 강선영 목사(기독교대한성결교회 총회장)의 축사를 듣는 시간을 가졌고, 강원용 목사(평화포럼 이사장)가 "한국교회는 평화의 사도로 부름받았다"라는 제목으로 한국 에큐메니칼 운동의 역사에 대해 회고하고 전망하는 특별강연 시간을 가졌다. 또한 저녁에는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창립 80주년 기념 축하만찬' 을 갖고 일치와 연합 운동의 계속적인 발전을 기원했다. 제53회 총회 신임 회장에 취임한 신경하 목사(기독교대한감리회 감독회장)는 취임사에서 "지난 10여 년 간 우리가 당면해온 어려움은 우리가 갈등에 익숙해 있고, 평화를 조율하는데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우리 교회의 미래를 열어 가는 일은 먼저 우리 자신에게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며, "새로운 지도력은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성실함과 타자를 위한 교회로서 섬김의 자세 그리고 희망으로서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함으로써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한편,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중앙위원회는 KNCC 창립 80주년과 제53차 총회를 축하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아래는 제53회 신임 임원 명단과 조그련 중앙위에서 보내온 축하메시지 전문, 신임회장에 취임한 신경하 목사의 취임사와 폐회예배 설교문, 그리고 이날 총회에서 채택된 총회선언서 전문이다. KNCC 신임 임원 명단
회 장 : 신경하 감독회장(기감)
부회장 : 김상근 목사(기장), 김근상 신부(성공회), 이재창 목사(기하성)
서 기 : 손달익 목사(예장)
부서기 : 윤창섭 목사(복음)
회 계 : 손명식 사관(구세군)
부회계 : 윤문자 목사(기감)
감 사 : 김원식 부장(성공회), 유영희 목사(기하성)
조선그리스도교연맹 중앙위원회 축하메시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앞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귀 교회협의회 창립 80돐을 열렬히 축하합니다.
아울러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라는 표제하에 진행되는 제53차 총회에 참석한 교회협의회와 회원교단의 대표 여러분들에게 조선그리스도교련맹과 북녘의 전체 그리스도인들은 열렬한 축하를 보냅니다.
우리는 이번 53차 총회가 지난 80년간 교회협의회가 걸어온 년대마다에 아로새겨진 자랑찬 로정과 전통을 이어 력사적인 6.15 통일시대를 빛내여 나가는데서 새로운 상을 열어나가는 중요한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조선그리스도교련맹은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앞으로도 귀 협의회와의 협력이 더 긴밀해지리라는 확신을 표명하면서 53차 총회 위에 우리의 평화되시는 주님의 축복이 충만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조선그리스도교련맹 중앙위원회2004년 11월 15일
취 임 사 존경하는 회원교회와 총대 여러분!
저는 오늘 80주년 기념 제53회 총회의 선택을 받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회장으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영광의 자리가 아닌 봉사하는 자리요, 대표하는 자리이기에 앞서 섬기는 자리임을 알기에 더욱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KNCC가 걸어온 지난 80년의 역사는 자랑할만한 것입니다. 그것은 민족의 수난에 동참하고, 민중의 아픔과 연대하려는 구체적인 몸짓이었습니다. 영광을 얻는 일을 다 마다하고, 고난을 자처하면서 민족공동체를 섬기고자 했습니다. 그것은 예수 그리스도께 충성을 다한 착한 종의 역할이었음을 저는 믿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로운 모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난 10년 간 우리가 당면해온 어려움은 우리가 갈등에 익숙해 있고, 평화를 조율하는데 미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교회의 미래를 열어 가는 일은 먼저 우리 자신에게 새로운 변화와 개혁을 요구합니다. 새로운 지도력은 하나님의 교회에 대한 성실함과 타자를 위한 교회로서 섬김에 자세 그리고 미래의 희망으로서 교회의 교회다움을 회복함으로써 가능합니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에큐메니칼 운동 새틀짜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큐메니칼 운동의 핵심적인 비전은 변하지 않은 채 남아있지만, 그 구조는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새롭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현재 에큐메니칼 운동이 직면하고 있는 공통된 문제의식은 우리 한국교회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교회 간 일치와 연합운동이라는 보편적 과제에 더욱 성실해야 하고, 우리 사회에서 화해와 평화를 나눔으로써 통일시대를 열어 가는 구체적인 과제에도 더욱 충실해야 합니다.
저는 앞으로 1년간 회장으로서 어느 지혜자의 기도처럼 일하겠습니다. "내가 할 수 없는 일은 여유 있게 바라 볼 수 있도록 하소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그리고 할 수 없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주옵소서." 감사드립니다. 새로운 방주를 짓는 심정으로창세기 6:14-16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80주년 기념총회를 잘 마무리하였음을 감사드립니다. 우리들이 일구어낸 합의와 성취뿐만 아니라 허물과 실패까지도 모두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고백합니다.
오늘 우리의 현실을 통해 새로운 내일을 일구시는 하나님의 계획과 손길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에큐메니칼 운동에 참여하는 세계교회는 배를 심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쉽게 노아의 방주를 연상시킵니다. 사실 방주는 인류 처음의 교회를 의미하고 있습니다. 방주가 갖고있는 현대적인 의미는 무엇일까요? 거기에는 새로운 세계가 함축되어있습니다. 노아의 방주에 담긴 관심은 동물들에 대한 동화 같은 호기심 때문이 아닙니다. 세상의 죄악과 하나님의 심판에 대한 두려움 때문은 더 더욱 아닙니다. 방주에는 각양각색의 인종과 언어와 문화가 담겨있습니다. 육식 동물과 초식 동물간의 먹이사슬도 방주 안에서 공존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명령에 철저히 순종하는 노아는 우리를 평화의 항구로 안내할 선장이고, 봉사자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오늘 우리시대의 방주를 자처한 교회는 배 구실을 하기 어려울 만큼 낡고 손상되어 있습니다. 크게 수리를 하고 개조를 하기 전에는 물에 뜰까 의심스럽습니다. 사람들에게 안전도에 있어 신뢰를 잃은 지 오래입니다. 방주 안에는 밑도 끝도 없는 분쟁과 갈등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오늘의 방주는 침몰하기 직전상태에 있습니다. 구원의 희망은커녕, 적신호가 켜져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 과연 2000년 가까이 지속된 교회라는 방주는 구원의 항구까지 인류를 무사히 인도할 수 있을까요? 리차드 하버슨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맨 처음 교회는 살아 계신 그리스도 안에서 친밀하고 생명력이 넘치는 관계를 가졌다. 이 관계는 그들과 그들 주변의 세계를 변화시켰다. 그 다음 교회는 그리스로 건너가 하나의 철학이 되었다. 나중에 교회는 로마로 건너가 하나의 제도가 되었다. 그 다음 교회는 유럽으로 건너가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교회는 미국으로 건너가 하나의 기업이 되었다. 오늘 우리는 너무나 많은 교회를, 그러나 너무나 적인 친교를 가지고 있다."
방주는 바로 오늘의 구원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보다 구체적인 방주를 만들 필요를 요청 받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처음 교회의 모습입니다.
오늘 우리 시대에도 튼튼한 노아의 방주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교회로 하여금 교회 되게 함으로서 가능합니다. 방주는 한 배에 탄 사람들이 공존과 공유를 방편으로 하여 공생하는 일치의 정신을 반영합니다.
이처럼 노아의 방주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일치하고 연합하는 모습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80주년을 맞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구원의 방주가 되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친교를 강화하며, 하나님 나라를 확대하는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가 되기를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53회 총회 선언서
“그리스도야말로 우리의 평화이십니다. 그분은 자신의 몸을 바쳐서 유다인과 이방인이 서로 원수가 되어 갈리게 했던 담을 헐어 버리시고 그들을 화해시켜 하나로 만드시고 율법 조문과 규정을 모두 폐지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자신을 희생하여 유다인과 이방인을 하나의 새 민족으로 만들어 평화를 이룩하시고 또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써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느님과 화해시키시고 원수 되었던 모든 요소를 없이하셨습니다. 이렇게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셔서 하느님과 멀리 떨어져 있던 여러분에게나 가까이 있던 유다인들에게나 다 같이 평화의 기쁜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엡3:14-17, 공동번역)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2004년 11월 15일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를 주제로 제53회 총회를 열었다. 먼저 지난 80년 동안 이 세계(oikoumene) 속에서 우리로 하여금 그리스도의 화해와 해방, 사랑과 정의의 정신으로 평화의 일치를 향한 에큐메니칼 운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이끄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그러나 교회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비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오늘, 이 현실에서 교회가 감당하여야 할 사명을 생각하며 다음과 같이 우리의 입장을 밝힌다. 무엇보다 우리는 한국교회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통감한다. 한국교회는 근·현대사 속에서 음으로 양으로 우리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왔다. 짧은 선교 역사 속에서 세계적인 교회로 성장한 것은 우리 모두의 자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외세와 권위주의 정권에 순종하고 타협하며 경제적 성장주의의 폐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부끄러운 모습도 있었고 다른 한편,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 발전과 인권 신장, 민족의 통일을 위해서 노력하며 이 땅의 사회적 약자들 편에 서서 헌신해온 소중한 발걸음도 있었음을 확인한다. 그러나 오늘 한국교회는 우리 사회로부터 우려할 만한 지탄의 대상으로 비춰지고 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따가운 시선이 결코 이유 없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것은 경쟁적 교세 확장 속에서 자기만족적인 폐쇄주의에 갇혀버린 탓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그 동안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하려는 노력의 중심에 서 왔다. 그러나 최근의 교회위기 현실 속에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배전의 노력을 다하지 못했음을 고백하며, 지금 새로운 각오로 우리의 현실에서 감당해야 할 과제를 재확인하고자 한다.
오늘 우리는 지극히 혼미한 현실을 살고 있다. 차이와 차별을 구분하지 못하고, 흑백논리와 이분법적 사고, 편 가르기가 횡행하고 있으며, 이 와중에 대화와 토론은 실종되고 대결과 충돌의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현실을 살고 있다. 불행히도 이런 현상은 국제 사회와 우리 사회 안에 만연해 있는 실상이다. 그리스도께서 진정한 평화요, 그리스도께서 진정한 구원자라고 믿는 우리는 오늘 우리들이 처한 현실에서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할 과제들을 다음과 같이 밝히며 이것들을 위해 헌신할 것을 선언한다. 1. 세계의 평화를 위협하는 그 어떤 패권주의도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우리는 평화헌법을 파기하고 군국주의의 유혹에 빠지려는 일본의 움직임, 그리고 최근 역사왜곡을 통해 중화대국주의의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과 미국의 패권주의를 경계한다. 지금까지의 한미관계가 동등한 관계에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직시하며, 상호협력적인 한미관계를 위해 한미상호방위조약 등 제반 법적·제도적 재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 이라크에 대한 협조는 파병이 아니라 평화 재건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테러와의 전쟁’은 결코 평화의 수단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다. 그것은 보복의 악순환을 불러일으키고, 더욱 극심한 불안과 고통을 야기할 뿐이다. 이것은 지금 우리에게도 우려가 아니라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라크의 평화적 재건을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3. 자주적으로 남과 북의 화해와 협력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우리는 반세기가 넘도록 민족분단을 극복하지 못한 채로 살아온 것을 부끄럽게 여긴다. 또한 한반도를 둘러싼 최근의 정세가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다. 이제 정치권은 더 이상 분단 상황을 정치적으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또한 남과 북의 당국자는 주변국의 이해관계에 앞서 민족 자주의 입장에서 분단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적극적이며 미래 지향적으로 수행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평화의 그리스도’를 따라 군사주의와 폭력을 종식시키고 남북의 화해와 공존, 동북아 평화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한국교회는 남북한 형제자매의 보다 나은 삶을 위해 교류와 지원협력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4. 비민주적인 법을 정비하여 민주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수해 가야 한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는 그간 우리 사회의 불신감을 조장해 왔을 뿐 아니라 심각한 인권유린의 도구로 사용되어 온 국가보안법에 대해 지난 30년 동안 지속적으로 폐지를 주장하여 왔다. 또한 이 사회에 특권이 용납되는 장치와 이 사회 구성원 모두의 평등의 기회를 박탈하는 제도 개선을 요구하여 왔다. 그럼에도 국가보안법폐지에 대한 논란과 과거 불행했던 시대의 유산을 청산하기 위한 법안들, 여성들의 평등한 사회적 삶을 위한 법과 모든 생명의 존엄성을 요구하는 사형제 폐지를 둘러싸고 진행되고 있는 소모적인 논란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정권유지의 수단으로 인권을 유린하며 악용되어온 제반 법은 철폐되어야 하며, 민주주의의 진전을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와 입법은 강화되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교육 현장의 부정과 부패는 사라져야 한다. 그러나 사학의 설립 취지는 존중되어야 한다. 5. 더 확대된 민주주의 성취를 위해 민중의 기본권이 보장되어야 한다.우리는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에 휩싸여 있는 동안 민생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현실을 주목한다. 신자유주의적 세계화의 논리를 무방비 상태로 수용한 정부의 시책으로 노동자 등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의 생활이 지극히 불안정해 지고 있을 뿐 아니라, 농업은 거의 도탄 지경에 이르고 있다. 노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는 복지사회의 구호 아래 절망감에 빠져 있다. 사회적 약자와 묵묵히 일하며 사는 평범한 이들이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시급한 과제다.
6. 소수자의 인권 신장은 건강한 우리 사회의 기본 척도다.차별은 인간을 우열의 위계주의로 구분하는 데서 나온다. 이러한 위계적 관계설정은 열등한 것은 무시하고 지배해도 좋다는 생각이 합리화 된다. 우리는 우리 사회 안의 여러 소수자에 대한 제도적, 관습적 배려가 지극히 취약하다는 사실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특별히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기본권 보장은커녕 최근 ‘반한 활동’을 했다는 해괴한 이유로 그들을 추방하거나 궁지로 몰아넣기까지 하는 어처구니없는 사태를 개탄한다. 외국인 노동자와 재외동포를 포함한 정치적 난민, 장애인 등 우리 사회 안의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과 다름을 인정하고 더불어 살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7. 한국교회 공신력의 회복은 시급한 과제다.
우리는 이상과 같이 산적한 우리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교회가 그 몫을 다하지 못했음을 통감하며 우리의 죄를 고백한다. 교회가 그 몫을 다하지 못했기에 교회를 향한 질책의 목소리가 높은 것은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우리는 교회를 향한 그와 같은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여 교회가 그리스도의 교회됨을 회복하여 이 세상을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모습으로 변화시키는 선교의 사명을 다 하고자 한다. 우리는 다시금 교회가 사회의 희망으로, 사회의 깃발로 일어설 수 있도록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그리스도는 우리의 진정한 평화이시다. 막힌 담을 허시며, 원수된 것을 화해시켜 둘로 하나를 이루시는 분이시다. 우리는 그 평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2004년 11월 15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제53회 총회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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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대화
-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신학생 교류모임
- 11월22일(월) 오후 2시 혜화동에 소재한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에 한신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생 28명이 찾아왔다. 한국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교회일치위원회와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가 주최한 신학생 교류모임에 참석하기 위해서다.“한국 그리스도교 일치를 위한 신학생 교류모임”은 2002년에 시작되어 올해로 3년째 진행되고 있다. 첫해는 장로회신학대학교와 가톨릭대학교, 다음해는 성공회대학교 신학대학원과 인천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이, 그리고 올해는 한신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과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이 교류모임을 가졌다.
이 모임의 출발은 한국 그리스도교간 일치와 협력을 위해서 당장에 할 일도 많이 있겠지만 다음 세대의 주역들이 상호 교류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시작되었다. 첫해는 단순한 방문의 의미가 강했지만, 작년과 올해는 해당 학교가 많은 준비를 해서 행사를 진행하였고, 특히 올해의 경우 학교의 지원은 물론 학생들이 스스로 행사를 준비하였다. 당일 행사에서도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학생들이 스스로 행사를 진행함으로써 이 프로그램의 취지를 충분히 살려내었다.
행사는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부제반) 약 40명, 한신대 신학전문대학원 28명과 양측 학교의 교수진이 함께 했다. 학교를 대표해 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원장 정의철 신부가 환영의 인사를, 그리고 한신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장 채수일 목사가 초청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전했고,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일치와 종교간 대화위원회 총무인 홍창진 신부가 행사주최 측을 대표해 인사했다.
이후 박 일 신부가 “가톨릭교회의 영성과 전례”라는 제목으로, 연규홍 목사가 “한국개신교의 역사와 예배”라는 제목으로 각각 강의를 진행하였고, 가톨릭대 부제들이 준비한 학교생활 비디오를 시청한 다음 교정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후 당일 프로그램 중 가장 관심을 끌었던 양교 대항 친선 축구시합이 있었다. 결과는 3대 1로 한신대의 패. 처음에 서먹한 분위기가 축구시합 이후 부드러워졌다. 이어서 교정을 둘러보고 저녁기도에 함께 했다. 개신교 신학생들을 배려해 기도회 형식을 조금 간략하게 했다는 설명에서 서로를 배려하는 자세가 묻어났다.
마지막은 식사를 함께 하는 시간이었다. 서로 가져간 선물도 나누고, 감사의 인사를 했다. 신학교 식당에서 함께 식사할 수 있는 기회는 보통 사람들은 가지기 힘든 기회다. 학교에서 배려해 주지 않았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최근에 가톨릭 측에서 일치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이런 신학생 교류모임은 한국교회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프로그램이다. 앞으로의 과제가 있다면 더 많은 학교가 자발적으로, 자율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다행히 양측 학교에서 이런 교류가 지속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해 주어서 다음에는 더 재미있고 친근한 교류모임이 진행될 것을 기약해 본다.